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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못하는 팀을 계속 응원하게 될까?

by 오니다미 2026. 6. 20.

저는 직장에서, 그리고 친구들 사이에서 야구 좋아하는 사람으로 통해요.

늦게 배운 도둑질?이 무섭다고, 마흔 넘어 알게된 야구의 매력에 푹 빠졌답니다.

그런데 야구를 좋아하지 않는 직장동료가 이렇게 물어볼 때가 있어요.

“맨날 지는데 왜 그렇게 열심히 응원해?”

“차라리 잘하는 팀 응원하면 편하지 않아?”

솔직히 제도 가끔은 그런 생각이 들기도 해요.

너무 허무하게 지거나, 연패가 길어질 때는 '야구 너무 해롭다. 이제 그만 봐야겠다.'는 말이 절로 나오지요. 그런데 신기하게도 다음 날이면 또 중계를 켜고, 주말에는 야구장에 갈 계획을 세우고 있더라구요. 

저를 포함해서 왜 사람들은 못하는 팀, 성적이 좋지 않은 팀을 계속 응원하게 되는지 궁금하지 않으세요? 

왜 못하는 팀을 계속 응원하게 될까?
왜 못하는 팀을 계속 응원하게 될까?

응원하는 것은 성적보다 추억이었습니다

오랫동안 한 팀을 응원하다 보면 그 팀은 단순한 스포츠 구단이 아니게 됩니다.

내 시간과 추억이 함께 쌓인 존재가 되는 것 같아요.

처음 야구장을 찾았던 날의 설렘, 좋아하는 선수의 첫 홈런, 친구들과 목이 쉬도록 응원가를 불렀던 기억, 그리고 가족과 함께 웃고 떠들며 보냈던 시간들.

그런 기억들이 하나둘 쌓이다 보면 어느 순간 팀은 내 일상의 일부가 됩니다.

그래서 성적이 좋지 않다고 해서 쉽게 등을 돌릴 수가 없어요.

저도 NC를 응원하면서 정말 많은 경기를 봤습니다. 기분 좋게 집에 돌아온 날도 있었고, 허탈한 마음으로 차에 오른 날도 있었어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보니 순위는 잘 기억나지 않더라고요.

대신 아들과 처음 응원가를 따라 부르던 모습, 경기 전 캐치볼을 구경하던 시간, 승리 후 함께 하이파이브를 했던 순간은 또렷하게 남아 있었습니다.

 

못할 때 더 마음이 가는 이유

이상하게 사람 마음은 그런것 같아요.

잘하고 있을 때보다 힘들어 보일 때 더 신경이 쓰여요.

아이를 키우는 부모 마음도 비슷하지 않을까요?

아이가 잘하고 있을 때는 크게 걱정하지 않지만, 힘들어하거나 넘어졌을 때는 더 눈길이 갑니다.

야구팀도 비슷했습니다.

연승할 때는 결과만 확인하고 넘어가던 경기를 연패 중일 때는 끝까지 보게 돼요.

“오늘은 다를까?”

“이번에는 분위기가 살아날까?”

괜히 더 기대하게 됩니다.

관심이 없으면 실망도 하지 않습니다.

경기가 끝난 뒤 화가 나고 아쉬운 이유는 그만큼 애정이 있기 때문이에요.

실제로 야구 커뮤니티를 보면 가장 크게 화를 내는 사람들도 결국은 팬들입니다.

관심이 없으면 화를 낼 이유도 없으니까요.

저도 경기를 보면서 답답할 때가 많았습니다.

“아, 그 공을 왜 놓치지?”

“오늘은 정말 이길 수 있었는데…”

이런 말을 수없이 했어요.

그런데도 다음 날이면 또 경기 결과를 확인하고 있습니다.

응원이라는 게 원래 그런 것 같습니다.

잘할 때만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힘들 때도 함께하는 것.

그래서 못하는 팀 팬들이 더 열정적으로 보이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약팀 팬들이 더 크게 행복한 이유

재미있는 건 못하는 팀을 응원하는 것이 꼭 힘들기만 한 것은 아니라는 점이예요.

오히려 작은 행복이 더 크게 느껴질 때가 많아요.

강팀 팬들에게는 평범한 1승일 수 있지만, 연패를 끊는 한 경기의 감동은 정말 큽니다.

9회말 역전승, 신인 선수의 첫 홈런, 부상에서 돌아온 선수의 활약.

이런 순간들이 훨씬 특별하게 다가옵니다.

그래서 약팀 팬들은 승리 하나에도 진심으로 기뻐할 줄 아는 것 같아요.

얼마 전 아들과 야구장을 다녀온 적이 있었습니다.

그날도 결과는 썩 좋지 않았어요.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제가 물었습니다.

“오늘 졌는데도 재밌었어?”

아들은 잠시 생각하더니 웃으며 말했어요.

“응. 다음에는 이길 수도 있잖아.”

순간 괜히 웃음이 났습니다.

생각해 보니 팬들이 야구를 보는 이유도 결국 그거였어요.

오늘은 졌지만 내일은 이길 수도 있다는 기대.

이번 시즌은 아쉽지만 다음 시즌은 다를 수도 있다는 희망.

그 희망 하나 때문에 우리는 또 야구장을 찾고, 또 응원가를 부르고, 또 경기를 기다립니다.

그래서 못하는 팀을 응원하는 팬들은 어쩌면 가장 낭만적인 사람들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저 역시 앞으로도 NC가 잘하든 못하든 계속 응원할 것 같습니다.

잘해서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좋아해서 응원하는 것이니까요.

그리고 아들이 커서 야구 이야기를 떠올릴 때, 경기 결과보다 저와 함께 야구장을 다녔던 시간을 추억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할 것 같습니다.